KATO 테니스 기술 및 경험담 공유 등의 게시판입니다.
Home > 테니스정보 > 테니스에세이
볼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안도현 시인의 시를 듣는 순간 시인의 말대로 '나도 누군가에게 뜨거운 사람이었을까?'하는 생각이 들고 옛날 연탄 때던 시절이 생각났다.
지금은 보기 힘들어졌지만 옛날엔 이맘때가 되면 따듯한 겨울을 나기 위해 연탄을 들여놓으며 월동준비를 하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구멍이 19개 뚫린 새카만 연탄 한 장이면 추운 겨울도 무섭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집을 나서다 보면 어느 집이던 대문 옆에는 하얗게 바랜 연탄재가 수북이 쌓여있었고 길이 얼어 미끄러운 날에는 연탄재를 부숴 길에 깔아 골목길이 뽀얀 연탄재로 뒤덮여있기도 했다.
불이 붙어 뜨거울 땐 소중히 다루다가도 불이 꺼지고 식어버리면 버려지는 연탄재처럼 설마 나도 살면서 그런 존재로 남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된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자신의 몸뚱아리를 다 태우며 따끈따끈한 아랫목을 만들던 저 연탄재를 누가 함부로 발로 찰 수 있는가.
자신의 목숨 다 버리고 이제는 하얀 껍데기만 남아 있는 저 연탄재를 누가 함부로 발길질을 할 수 있는가.>
그런데 시의 전문(全文)을 읽고 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우리들 자신이 아니라 바로 부모님이다.
지금이야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면도 없진 않지만 부모의 일생을 돌아보면 연탄의 일생과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모든 정성을 다하고 모든 것을 다 바쳐서 희생하며 자식들을 키워내느라 끝내는 다 식은 채 하얀 껍데기만 남아 있는 연탄재와 같은 삶을 살았던 부모님,
불꽃처럼 뜨거운 관심과 넘치는 사랑을 자식들에게 다 쏟아 부어버리고 이제는 기력이 떨어진 채 검은 머리가 파뿌리처럼 새하얗게 세어버렸거나 그렇게 살다 자식들의 곁을 떠나버리신 부모님을 생각해보면 부모라는 존재의 삶은 바로 연탄 한 장의 일생과 다르지 않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예전엔 누구의 부모였던 사람들, 지금도 누군가의 부모인 채로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나는데 그와는 반대로 자식들의 사는 모습을 바라보며 기쁘고 행복하게 사는 이들은 점점 줄어들고 고독하고 힘든 노년은 점점 늘어난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왠지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허전해지기도 하고 먹먹해지지만 우린 누구나 다 쓰고 남은 연탄재가 될 수 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필요할 땐 아끼다가도 쓸모가 없어지면 가차 없이 내버리는 요즘 세태에 경종을 울리는 소중한 한마디이다.
볼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두들겨 맞고 몸통 찢어지고 온몸에 상처투성이라도 너의 즐거움을 위해 온몸을 받친다.
너는 그렇게 열정적으로 헌신해 본 적이 있었던가?
너는 누구에게 진정으로 뜨거운 사람이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