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식은 나이와 큰 상관이 없는가?

  • 정동화
  • 2020-08-24 11:19:39

복식은 나이와 큰 상관이 없는가?

 

복식은 나이와는 큰 상관이 없는 것일까?

물론, 젊은 선수들은 혈기왕성하게 잘 달리고 뛴다.

이에 비해 나이가 들면 모든 몸동작이 둔해지고 느려진다.

그렇지만 나이를 먹었다는 것이 젊은 선수들과 비교해서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나이가 들면 오랜 연륜 속에서 변화무쌍한 게임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가장 큰 무기이다.

강한 볼은 아니어도 노련미가 생기고 볼을 에러 없이 적지적소에 정확하게 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단식이 아니기 때문에 길목만 지키고 있다가 상대의 볼을 아주 쉽게 요리할 수 있다.

 

지금도 60이 넘은 선수들이 우승을 한다.

그리고 거의 70에 가까이 된 선수들도 입상과 우승을 한다.

다른 스포츠에서는 상상을 초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테니스이고 복식 게임이라는 특수한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70세에 가까운 분과 파트너를 하여 한 게임을 했다.

이 분이 게임을 하는 것을 보면 정말 화려하고 현란하며 황홀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이 분은 포, 백 슬라이스가 주특기이다.

그런데 이 슬라이스가 빨랫줄과 같이 쫙 뻗어 오기 때문에 받아 넘기기가 쉽지 않다.

퍼스트 서브가 강하게 들어오면 슬라이스로 전위의 키를 넘겨 로브를 띄운다.

서버가 그것을 받으러 가서 볼을 올리면 드롭샷으로 네트 앞에 떨어 드린다.

그런데 이런 볼을 거의 에러 없이 치는 기술은 가히 환상적이다.

 

세컨드 서브가 아주 약하게 스핀만 먹고 볼이 바운드 되고 난 후에 떠오른다면 포 슬라이스로 잘라버린다.

우리는 이 기술을 작두타법이라고 한다.

작두로 풀을 쓸듯이 아주 강하게 쓸어버린다.

상대는 발리도, 스트로크도 하기 힘들어 한다.

정말 대단하다.

 

그렇다고 젊은 사람들처럼 뛰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볼을 향해 달리는 모습과 집착이 젊은 사람들 못지않다.

정말 훌륭한 분이시다.

평생을 테니스와 같이 살아온 테니스 인생이다.

젊은 시절에 볼을 강하게 쳐 보았고 화려하게 플레이를 해 보았을 것이다.

점차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체력에 맞는 플레이 방법을 개발하여 생존하는 비법을 터득을 한 것이다.

 

이 분의 상대편에서 플레이를 해 보면 정말 어렵고 힘이 든다.

에러가 없고 자신이 보내려고 하는 위치에 정확하게 볼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플레이를 하는데 정말 어렵다.

처음에는 아무 대책 없이 당하기만 한다.

그런데 자주 이 분과 게임을 해 보면 적응하는 방법을 찾게 된다.

몇 개월 동안 이 분의 볼을 받아 넘긴다고 힘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처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오로지 강타로 나간다.

서브부터 강서브를 넣고 잔재주를 부리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스트로크도 아주 강하게 친다.

강한 볼은 마음대로 요리를 잘 하지 못한다.

그리고 많이 뛰게 만들어 지치게 한다.

강타를 치고 나면 분명 찬스가 오게 되는데 이 때 많이 움직이는 위치로 볼을 넣는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뛰는데 힘들게 만들어 놓으면 컨트롤이 떨어진다.

 

그런데 잘못 응수를 했다가는 오히려 당한다.

강타만 치려고 하다가 에러가 더 많이 나오면 오히려 말려 버린다.

다양한 볼을 자유자재로 섞어 치면 아주 효과가 좋다.

센터로 강하게 때렸다가 받아 넘기면 파트너에게 한번 치고 다시 센터로 때렸는데 받아넘긴다면 이제는 로브 아니면 앵글로 앵글 샷을 친다.

변화 볼을 많이 치고 강하게 때릴 때는 아주 강하게 때린다.

 

연세 드신 분들이 젊은 사람들과 대등하게 플레이를 하면서 즐기는 모습을 볼 때 저도 저 나이가 되어 맘껏 테니스를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다.

저것이 바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인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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