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비치, 강철멘탈

  • 정동화
  • 2021-06-16 14:00:44

조코비치, 강철멘탈

 

조코비치는 프랑스오픈 우승으로 프로 선수 중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4대 메이저대회 2회 이상 우승' 대기록을 세웠다.

23살 팔팔한 치치파스 상대 4시간 넘는 풀세트 접전을 이기면서 '왕 체력'을 과시했다.

 

'클레이 제왕' 나달 '잔디 황제' 페더러도 대단하지만, 전천후 선수, 어느 코트에서도 약점이 없다는 점을 증명한 셈이다.

그 뿐만 아니라 페더러와 나달이 보유 중인 메이저 최다승(20회 우승)에도 단 1승 차로 근접했다.

 

이달 말 윔블던에서 3연패를 이룬다면 '페달'과 타이를 이루고, 역시 강세를 보이는 8US오픈을 석권하면 21, 테니스 새 역사를 쓰게 된다.

 

조코비치와 4번 이상 맞붙었던 선수 중 상대 전적이 앞서는 선수는 '광속 서버' 앤디 로딕(은퇴) 1명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다.

 

실제 조코비치와 페더러는 2723, 나달과는 3028패이다. 이른바 '3'와 상대 전적 우위, 그리고 상금 총액도 가장 많은 조코비치는 명실상부한 역대 최고 선수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상금도 짭잘한 데다 테니스 도사들만 출전하는 마스터스대회 우승 횟수도 가장 많다.

 

페더러의 강점이 발레리노같은 유연한 스탭에서 나오는 우아한 테니스이고, 나달의 특징이 야수 같은 톱스핀이라면, 조코비치는 '무결점'에 가깝다.

3 가운데 보는 재미는 가장 덜할 지도 모른다.

 

게리 리네커가 '축구는 22명이 치열하게 싸우지만 결국 독일이 승리하는 종목'이라고 한 것처럼, "아무리 상대가 펄펄 날아도 결국은 '통곡의 벽' 같은 수비력에 공격 능력까지 최정상급인 조코비치가 이기는 게 테니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혼자서 잘 치다가도 동네 구경꾼 한두 명만 들어오면 폼이 망가지는 멘탈 스포츠가 테니스이다.

수천 명이 가득한 그랜드슬램 결승전의 압박감이라면 더할 것이다.

2019, 페더러의 안방이나 다름없는 윔블던 센터코트에서 결승전 더블 매치포인트를 잡히고도 지옥에서 돌아온 '멘탈갑'이 바로 조코비치이다.

 

조코비치는 내전국 세르비아 출신이다.

어린 시절 총소리에 잠을 깨고 연습장이 없어 수영장 바닥에 물을 빼고 공을 쳤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상대적으로 스위스나 스페인 등 서유럽 국가보다 동유럽에 속한 '과거 전범국가' 선수여서 빅3 가운데 팬도 가장 적은 듯 보인다. 이런 성장 배경이 조코비치를 더 강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인터뷰 거부 논란을 겪은 오사카 나오미를 위로한 멘트도 인상적이다.

 

한 해 4대 메이저대회와 올림픽까지 석권하는 '골든슬램'에도 도전하겠다고 밝힌 조코비치. 모든 게 순조롭다면 메이저 최다승에 이은 GOAT 등극도 자연스레 따라오지 않을까?

 

15년 이상 나달의 텃밭이었던 프랑스오픈에서 나달에게 2패를 안긴 유일한 선수 조코비치이다.

페더러가 롤랑가로스에서 전략적인 기권을 하고 윔블던을 준비 중인 것을 고려하면 올여름 윔블던 잔디코트에서 페더러와 다시한 번 맞붙는다면 테니스 팬에게 그보다 더한 빅매치는 없을 것이다.

물론 노쇠화 기미가 뚜렷한 페더러가 최소 8강까지 간다는 전제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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